[詩 에세이] 참 좋은 말 _천양희 > 지숲 Essay

커뮤니티

지혜의숲, 새로운 소식들을 확인하세요.

[詩 에세이] 참 좋은 말 _천양희

profile_image 목록으로

페이지 정보

작성자
지혜의숲
작성일
22-10-22 11:52

본문

지혜의숲과 함께 읽는 명시 '참 좋은 말'입니다. 참 좋은 말/천양희 내 몸에서 가장 강한 것은 혀 한 잎의 혀로 참, 좋을 말을 쓴다 미소를 한 육백 개나 가지고 싶다는 말 네가 웃는 것으로 세상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 오늘 죽을 사람처럼 사랑하라는 말 내 마음에서 가장 강한 것은 슬픔 한줄기의 슬픔으로 참, 좋은 말의 힘이 된다 바닥이 없다면 하늘도 없다는 말 물방울 작지만 큰 그릇 채운다는 말 짧은 노래는 후렴이 없다는 말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말 한 송이의 말로 참, 좋은 말을 꽃피운다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이란 말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는 말 옛날은 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자꾸 온다는 말 어제도 난 참 많은 말을 했다. 학부모들에게 시시포스와 반복을, 햄릿과 유령을, 알퐁드 도데의 별과 희망을 말했다. 그 수많은 말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학부모들의 마음속에, 기억 속에 무사히 착륙했을까? 아니면 머나먼 우주 속으로 산산이 부서졌을까? 말은 분명 사건이다. 말은 치명적이다. 누군가를 울게 만들기도 하고,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게 하기도 하고,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일으키기도 한다. 엄마의 말, 대표의 말, 대통령의 말, 그리고 선생님의 말은 결정적이다. 말은 소리가 아니다. 말은 신기하게도 수많은 것들은 현장으로 끌어낸다. 머릿속에 기억되어 있던 것들을 불러낸다. 단지 기억만 불러내는 것이 아니라 느낌과 감정까지도 함께 등장한다. 말은 그 순간을 장악하며 공기와 시간을 정지시킨다. 그리고 말은 그 공간에 함께 한 사람들을 일치시킨다. 모두가 말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그동안 내가 했던 말들 중에 가장 아름다운 말은 무엇이었을까? 나의 말은 어떤 세계를 출현시켰을까? 나의 말은 누군가에게 과연 치명적이었을까? 말의 운명은 공감이 아니다. 말은 대부분 '미필적 고의'의 오해를 낳는다. 각자의 움벨트로, 각자의 준비도에 따라, 각자의 위치에 따라,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각자의 기억과 아우라에 따라 다른 감정과 세계를 그려낸다. 나는 농담으로 말을 했지만, 만약 그가 진심으로 접수한다면 어찌할 것인가. 말은 늘 아슬아슬하다. 그러므로 말은 절묘하고 신비하며 기계적이지 않다. 우리들의 삶이 역동적이며 드라마적인 것이 어쩌면 말 때문은 아닐까. 말은 서로 똑같은 이해에 이르지 않는다. 이것은 말의 약점이 아니라 도리어 말이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힘이다. 각자 자신의 세계를 구성, 출현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결코 우리는 모두 서로의 마음의 무게와 깊이를 측량하지 못한다. 단지 조금 느낄 수 있을 뿐이다. 말은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것이 아니다. 말의 가장 첫 번째 청취자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러므로 말은 자기 자신에 대한 예의이며 존중이다. 자기 스스로 자신의 세계를 출현시키는 인간적이며 '신성한' 행위다. 스스로를 위하여 말을 준비해야 한다. 자신의 말을 스스로 경청해야 한다. 스스로에게 멋있고, 아름답고, 품위 있는 세계를 선물해야 한다. 분노하는 말은 맨 먼저 스스로를 분노하게 하고, 공격적이며 전투적인 말은 스스로를 싸우게 한다. 말은 단지 소리가 아니다. 침묵도 말이 되기 때문이다. 침묵 속에서도 우리는 말을 한다. 침묵 속에서도 우리는 대답을 한다.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다. 오직 혼자서 들을 수 있는 신비한 목소리가 바로 침묵의 소리다. 함께 한다는 것, 친하다는 것은 곧 말이 통한다는 것이다. 말이 불러내는 것이 비슷하다는 것, 그래서 상상하고 느끼는 것이 비슷하다는 것, 이것을 우리는 '공감'이라고 한다. 이것이 곧 말의 친밀성이다. 아이들은 말에 민감하다. 시간의 여백이 길지 않기 때문이다. 순간의 몰입성이 크기 때문이다. 교사의 말은 교실의 공간, 그 시간을 몰입시킨다. 말을 준비하는 것, 교사의 운명이다.

5d7566411c7627925302109771bf9e4f_1666406996_0294.png
5d7566411c7627925302109771bf9e4f_1666406996_1087.png
5d7566411c7627925302109771bf9e4f_1666406995_8169.png
5d7566411c7627925302109771bf9e4f_1666406995_9249.png

댓글 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지혜의숲

사고력 교육센터 지혜의 숲

상호: 지숲네트피아   대표자: 최봉휴   사업자번호 : 410-91-36381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제2004-956호
주소: 광주 광산구 수완로 57 이레빌딩 5층 (수완동)   대표전화: 062-652-8809   이메일: gsnetpia@daum.net
개인정보처리방침 책임자 : 최민혁 gsnetpia@hanmail.net
© 2024 eduwisdom.com all rights reserved.
본사
광주 광산구 수완로 57 이레빌딩 5층
T. 062-652-8809   F.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