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 에세이] 남으로 창을 내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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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지혜의숲
- 작성일
- 23-03-2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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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에세이] 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와 자셔도 좋소. 왜사냐건 웃지요. 따뜻한 햇빛이 몸을 감을 때, 그 풍요로움에 몸이 웃습니다. 환한 남쪽으로 창을 낸 방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만족스럽게 풍요롭습니다. 맛있는 강냉이, 적당히 익은 강냉이를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는, 반가운 벗이 있어 마음이 웃음으로 가득합니다. 홀로 있는 기쁨과 함께 하는 기쁨이 느껴집니다. 사는 이유를 어찌 말로, 글로 전할 수 있겠습니까? 사는 이유를 어찌 언어로 담아낼 수 있겠습니까? 삶의 수많은 겹들과 진동, 그리고 그 역동적인 변화의 물결을 어찌 모두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괭이와 호미로 나의 노동을 실현하지만, 나의 노동이 들어가지 않는 새노래는 덤으로 주어지는 것, 그렇습니다, 삶은 덤으로 주어지는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내 것이 아닌 것, 그들의 것, 그래서 모두의 것인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내가 가는 것과 나에게 오는 것들에 대해서, 내가 만들어가는 것과 나를 만드는 것, 나를 유혹하는 것과 내가 취해있는 것, 나에게 이미 실현된 것과 나에게 새로운 것.....이 모든 것들이 지금, 이 시에 담겨있습니다. 이 시속에 서 있는 한 사람이 그려집니까? 단호하면서, 여유있으면서, 정겨우면서, 자신을 신뢰하면서, 노동하면서, 교류하면서, 그리고 웃음을 띤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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